"본 연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 사건 후 의학적 및 사법적인 개입 과정에서 경험하는 이차 희생을 피해자들의 심리적 경험을 통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차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성인 피해자 5명과 피해 아동의 어머니 3명이었다. 자료수집은 성폭력 피해 후 경험한 과정에 대한 반구조적 질문지를 통한 심층면담을 진행하여 이루어졌다. 현상학적 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여 참여자들이 기술한 경험을 특징짓는 주요 주제와 범주들을 추출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이차 희생으로 인하여 성폭력 피해인 일차 희생으로 유발된 증상의 악화되거나 이차 희생에 의해 새로이 유발되는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을 하였다. 이차 희생에 의해 새로이 유발된 심리적 경험은 9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범주는 불신, 분노, 불안, 자아 손상감, 이차 희생의 재경험, 오기, 체념, 타협, 후회였는 데, 뒤의 5가지는 앞의 4가지 경험 후 나타났다. '불신' 범주의 주제는 피해자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짐, 진심으로 도우려는 마음이 없다고 느껴짐,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한다는 느낌이었다. '불안' 범주의 주제는 개인비밀 노출에 대한 두려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법적 결과가 뒤집힐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분노' 범주의 주제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 가족 및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 개입 관련 기관 및 종사자에 대한 분노였다. '자아 손상감' 범주의 주제는 삶이 침해당함, 인간적인 모독을 느낌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차적인 희생을 경험한 후 사건직후보다 더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였고 안정되어가던 심리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이에 반해 법적인 조치가 잘 진행되거나 관련자들의 지지를 받았을 때 증상이 호전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과정을 밟았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경험을 볼 때 성폭력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서 이차 희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피해자들의 이차희생의 심리적 경험을 통해 그 원인을 살펴보면, 수사 및 사법 기관, 의료기관, 피해자 지원 기관의 종사자들의 개인 수준과 제도 수준에서 각각 소극적 이차 희생 유발 요인과 적극적 이차 희생 유발 요인으로 구분되었다. 본 연구 결과를 볼 때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나 의학적 및 사법적 개입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관련자들이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 상태와 이차 희생에 대해 민감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개인차가 크고 마련된 제도도 잘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 피해자 관련자들에게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 이차 희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성폭력 사건만을 전담하는 수사반이 필요하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심리 외상 전문 치료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에게 의학적 및 사법적 개입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용가능한 자원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자조모임의 마련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진술 녹화 등 소아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개선된 제도가 성인 피해자에게도 제공되면 이차 희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현재의 지원기관들이 중복되고 분리되어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역할 분담되고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종합적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